오이 소진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의 기록
우리 동네엔 냉면 맛집이 씨가 말랐다
한때 자주 찾던 평양냉면집은 슴슴함을 잃어
'여기가 함흥인가, 평양인가' 싶게
자극적인 맛으로 변해버렸고
오래된 함흥냉면집 역시 간이 점점 세지더니
요즘은 후기 전체가 '불친절' 내용으로 도배되어
발 길을 끊은 지 오래
(맛이라도 유지됐다면 아마도 계속 찾았을 것)
이하 왕냉면집은 육수가 너무 시고,
칡냉면집들은 언급을 생략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했던가,
그래서 오늘은 직접 만들어 먹는다
시판 육수 없이, 오이가 메인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합성조미료들이지만
냉면육수만큼은 시판이건 직접 만들건
고기육수만으로 정성 들여 육수를 뽑기엔
'수육'이 메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허용하는 유일한 '합법적 조미료탕' 되시겠다
미리 뽑아둔 달큰한 소고기 육수와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이 있다면
얼마든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그 정도 노력을 들이기에는
한 그릇을 그냥 사 먹고 말지...
소고기 다시다(1T)를 설탕(3T), 소금(3t)과
물 500ml에 부르르 끓였다
식혀 식초를 추가하는 레시피도 있지만,
오늘은 대충 가루류를 섞기만 하면 되는
👩🍳 초간단 Ver. 냉면 만들기
시작해 본다
✔ 준비물:
오이 1개,
소금 1T, 식초 1T, 설탕 1.5T, 다시다 0.5T,
고춧가루 2T, 다진 마늘, 다진 대파 각 1T,
참기름 0.5T, 통깨 0.5T,
찬 물 360ml,
냉면사리면(함흥면 사용)

✔ 냉면 육수 레시피
1. 오이 1개를 채친 후 소금, 식초, 설탕
(알룰로스 사용)에 살짝 버무린다
2. 다시다(*중요), 고춧가루와
다진 파/마늘을 넣고 잠시 기다려준다
3. 물기가 자박하게 생긴 절여진 오이에
냉수 360ml, 참기름 조금, 통깨를 넣으면 완성
🍯 그 밖에 꿀팁
- 냉면 면발은, 삶기 전에 가닥가닥
미리 뜯어줘야 뭉침이 없다
- 면을 삶은 시간은 끓는 물에 40초가량 짧게
- 면발을 찬 물에 빠득빠득!
씻어 내는 것이 냉면의 8할이다
(간혹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 미끄덩한 식감의
냉면이 나온다면, 기본조차 안 지켜지는 곳이니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도 좋음)
- 똑같은 '냉면용 다시다'를 끓여 식혀도
사 먹는 그 맛이 안나는 이유는,
업소에서는 간혹 '짠지'라고 일컫는
설탕+다시다+미원을 넣고 졸인 맛간장을
면을 똬리 틀기 전 미리 한 번 발라놓기 때문이다
(결국엔 미원 빨)
- 통깨는 반쯤 빻아서 넣는 것이 고소함이 확 살고,
취향껏 삶은 계란 준비,
고명용 무절임이 없다면 시판 '쌈무'를 사서
손가락 두께로 썰어 얹어도 좋음
- 이날 사용한 양념장은 시판 제품을 사용했음

오이가 메인인 아주 흡족한
오이물냉면 완성
더 차게 먹으려면 얼음을 띄워도 좋지만 생략
맛은 익히 아는 냉면육수의 그 맛이었고
핵심은 '다시다'가 다 했다는 것,
실수로 '청양'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바람에
뒤지게 매웠다고 한다...
냉면사리 1인분은 양이 참 많은 것 같다
2/3 정도로 작게 좀 안 만들어 주나...?
아, 두유면/콩담백면을 활용해도 좋다
(냉면 종류엔 '풀무원 얇은 두유면' 추천)

그리고 다음날 응용 버전
오이냉국, 근데 이제 닭가슴살을 곁들인...?
육수의 조리 방법은 냉면의 그것과 동일하고,
처음부터 오이 2개로 2배합으로 만들어 두면
다음날까지는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간이 잘 배어서 더 맛있는 것 같기도?
깨를 싫어해서 단골식당의 깨폭탄 메뉴들에는
'깨 뿌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늘 요청하는 내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오랜만에 쓰리바치(절구)를 꺼내
깨를 갈아 얹었는데
오이냉국, 오이냉면만큼은 넣은 쪽이 훨씬
고소하고 풍미가 살아서 더 나은 듯
그렇게 남은 오이채는

늦은 밤 야식으로 소진되었다고 한다
삶은 계란(반숙란)+오이채+스리라차 소스
별 거 아닌 레시피지만
안 먹어본 사람 없게 해 주소서
건강하고 아삭한 별미라서
이따금씩 해 먹는 조합인데,
'삶은 계란 + 스리라차'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그치만 오이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
오늘의 내손내먹 식후감,
겸 오이냉국, 다시다 오이냉면 레시피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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