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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내먹+일상

5월에 즐기는 자연산대하 - 알이 꽉찬 봄철 알대하 구이

by 할많다함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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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음식이 어떻게 돼?'라고 묻는다면
나는 '해산물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두 말 않고 갑각류
새우, 그중에서도 단연 '자연산 대하'일 것이다
 
'새우'라면 중식에서 많이 쓰이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칵테일 새우를 제외하고는
대하, 홍새우, 흰다리, 닭새우, 꽃새우(독도새우),
블랙타이거새우, 딱새우, 곰새우, 보리새우까지
모-두 환영이지만
제철을 맞은 자연산 대하
회로 즐기는 것을 유난히도 좋아한다
키로에 30만원이 넘어간다는
'카라비네로' 새우는 아쉽게도 아직 접해본 적이 없고
왠지 앞으로도 없을 것 같...
 
 
그 시작은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미식에 조예가 깊어
전국팔도를 뒤져가며 산해진미를
찾아다 드시곤 하셨다
(요즘은 유튜브다 뭐다
희귀한 식재료를 찾아 먹는 것이
놀라울 것도 없고 일반적이 되어 버렸지만,
당시엔 괴짜 같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음)

아무튼 어느 날,
산지에서 택배로 도착한 아이스박스 안에는
자연산 대하가 들어있었고
어린 내 눈에는 랍스터인지 새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팔뚝만 한 사이즈,
자리에서 바로 나무도마와 사시미 칼을 꺼내어
생으로 뭉텅뭉텅 썰어주셨었는데
그날 먹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성인이 된 후론 내가 직접 산지에서 주문하기를 십수 년
매년 가을, 9월 말-10월 초 사이 '대하축제 기간'
우리 집의 연례행사 기간이 되어버렸다
 
 
꽃게도 봄철알배기 암꽃게를,
가을철살이 꽉 찬 숫꽃게를 일등으로 치듯이
대하 역시 봄철엔 암대하,
가을철엔 숫대하가 맛이 좋은데
사실 가을철엔 암/수의 구분이 거의 없다
횟감을 우선으로 치는 우리 집 식구들은
그래도 기왕이면 숫놈으로,
숫대하는 암대하에 비해 사이즈가 약간 작거나
노르스름한 색깔을 띠고 있는데
구별이 어렵기도 하고 일일이 선별해서 판매하진 않는다

 
 

자연산 대하 1kg

✅ '자연산대하'vs'흰다리새우' 구별법

은 이제는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한 번쯤 짚고 넘어가 보자
 
흰다리 새우는 보통 식당에서 '대하구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대하'와 '흰다리 새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품종이다
버섯의 경우에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새송이버섯'과 '자연산 송이버섯'이
맛과 향의 깊이가 다르듯
'흰다리 새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과 향이
'대하새우'에서는 더욱 녹진하게 느껴지고
반대로 활새우 특유의 탱글함은
'흰다리 새우'가 '대하새우'보다 월등하다
 

💰 평균 가격

흰다리 새우(1kg): 2~3만 원 내외
대하 새우(1kg): 4~9만 원 사이

'흰다리새우'는 남미(페루, 에콰도르)에서 온 외래종으로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아 전량이 양식으로 유통되고 있고,
'대하' 새우는 전량이 자연산이기 때문에
출하시기나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가장 저렴한 시기를 기준으로도 두 배는 족히 차이가 난다
(몇년 전 어느 해에는 남당항 대하가격이
1kg 95,000원 까지 치솟았던 시기도 있었다)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더 맛있다? = No
흰다리 새우 역시 양식에 성공해 국내에서 맛있는 새우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꽃게'와 '대게'처럼 서로 다른 품종임을 이해하자
 
 

大(큰 대), 蝦(새우 하) 이름만큼이나 큰 대하새우

🦐 '자연산 대하'의 특징

첫째, 성질이 급한 대하 새우는 그물로 건져 올려
물 밖으로 나오는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팔딱팔딱 살아 있는 대하를 구이로 접해 봤다면
그것은 필시 자연산 대하가 아님이 분명하다

✔ 살아있는 활새우 = 흰다리 새우
✔ 죽어있는 왕 큰 새우 = 대하

대하의 '대'자 역시 大(큰 대), 蝦(새우 하)
그냥 말 그대로 '큰 새우'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흰다리새우'의 경우 양식장에서부터
활어차로 이송되기 때문에 식당 앞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음
 
 
둘째론 뿔과 수염의 길이
이마에 달린 '뿔'이 코 끝(?)을 넘어가고
(내 사진엔 더듬이에 가려져 구별이 힘들겠네)
자신의 몸통길이의 2~3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염길이를 자랑한다
 
 
셋째, 붉은빛을 띠는 흰다리 새우의 꼬리와 달리
자연산 대하의 꼬리는 푸른빛
무지개색? 이라거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는 수년간 대충 '오팔빛'이라 일컫어와서

사진 출처: 나무위키 - 오팔

푸르스름, 푸르딩딩... 뭐 편한 대로 부르자
 
 

푸른 오팔빛 꼬리의 자연산 대하

제철 당일 잡은 신선한 자연산 대하의 경우,
보관 상태에 따라 다음 날까지도 회로 섭취가 가능한데
횟감을 선호하는지라 늘 가을철에만 주문해 와서
그간 봄철 알배기 대하를 찾은 적이 없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산지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선도가 가장 좋을 때 급랭한 알배기,
알대하의 재고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문해 본다
 
올봄 알배기 암대하의 시세는
1kg당 7~80,000원(배송료 별도)
이 역시도 어획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저렴할 때에는 4~50,000원 선에서 구할 수 있다고
 
 

사이즈가 제법 실한 '1kg에 12미'가 도착했다
음식에 진심인 내가 주방저울로 계량해 본 무게는
대략 950g 이상
특대사이즈 대하의 경우 10~15미가 일반적인 것 같고
시기가 조금 이른 9월 경에는
킬로당 17~20미 내외였는데
그때도 크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반적인 흰다리 새우는 1kg에 30~40미)
 
 

이 날, 대하새우 한 마리의 사이즈는 대략 25cm
내 손 한 뼘(약 21cm)을 기준으로 잡으면
보통 '와, 크다~' 하는 숫대하가 21~23cm
암대하는 25~28cm 까지도 커지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 가족들은 거의 전량을 회로 먹고
일부를 맛보기로 소금구이해 먹는 편인데
주문한 '알배기 암대하'는 냉동 제품이라
반드시 익혀먹어야 하니,
찜/구이 중에 '구이'를 선택해 본다
연기 나고 냄새가 심한 '소금구이' 보다는
이 마저도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서
크기가 제법 있어 180도 7분 / 뒤집어서 5분
(※ 일반적인 새우구이는 앞뒷면을 모두 익히는 데에
7분을 넘기지 않음, 오버쿡하면 뻑뻑쓰)
머리를 미리 잘라낸 대하임에도
바스켓에 10마리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 '대하구이'를 맛있게 즐기는 꿀팁

팔딱팔딱 튀어 오르는 살아 있는 '흰다리 새우'라면
뚜껑을 덮고 소금구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죽어 있는 '자연산 대하'의 경우라면
뚜껑을 덮어 소금구이를 하는 것은 '하수'다
큼지막한 대하를 달궈진 소금 위에 얹고,
아랫면부터 붉은색으로 익어가는 게 보이면
바로 뒤집어 오래 익히지 않아야!
껍질이 잘 까지고 촉촉한 대하 소금구이를
맛있게 즐길 수가 있다

총 조리시간은 7분 이내,
몸 값이 제법 나가는 '대하'구이를 조리 실수로
퍽퍽하게 먹는 일은 제발 없어야 할 것
 
 

완성된 에어프라이어 대하새우구이
 
 

등허리를 따라서 알이 꽉 찬 것이
상당히 먹음직스럽다
사실 이것은 '알'이 아닌 알이 되기 전 상태인
'난소(생식소)'인데, 꽃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알이라고 표현한다
꽃게알도 난소(생식소), 우니(성게알) 역시 성게 생식소
먹을 것 앞에다 난소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영...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 아닐까?
'난소가 꽉~ 찬 난소배기 꽃게찜! 난소대하구이!'
 
 

맛은 영락없는 알꽃게의 그것과 닮아있는데
'꽃게 알을 갈아 으깨서 더 부드럽게 만든다면
이런 맛일까?'
녹진한 새우살에 고소한 알(난소)이 더해져
횟감만 찾던 내게도 입안 가득 행복감이,

2kg은 시켰어야 했다...
(*보통 산지에서는 둘이 가면 1kg을 추천하는데
2인 2kg은 너무 많고,
3인 2kg이 딱 알맞게 배부른 양이라고 봄)
 
 

새우살을 먹는 동안 '대하머리구이' 역시
에어프라이어에 조리 중이었는데,
완성된 대하머리구이는 온통 알천지
알(난소)이 머리까지 가득 차
굳이 바삭하게 프라잉 할 필요 없이
에어프라이어 180도 10분 / 뒤집어서 15분
(+무염버터 20g)



먹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고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봄 한철에만 반짝 맛볼 수 있는 알배기 암대하를
5월이 끝날 무렵, 너무나도 맛있게 접한 경험이었다
 
 
5월부턴 산란을 준비해 금어기가 시작된다는 점
실제 새우알? 은 정말이지 맛이 없다는 것
간혹 꽃새우(독도새우), 딱새우, 곰새우 등을
먹을 때면 몸 밖으로 주렁주렁 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외포란)
먹어본 바로는
특별한 향미랄 것 없이 '무(無)' 맛에 가깝고
씹는 식감마저 어기적,
비닐봉지나 스펀지 따위를 씹는 것 같아
음식으로 먹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게 종류 역시도 마찬가지로
산란 직전의 암꽃게(=빵게)를 잡는 것은
법으로도 금지돼 있어
잡아서도, 먹어서도 안된다는 점 알아두기
 
 
가을이 돌아와 펄펄 뛰는 싱싱한 흰다리새우도
산 채로 바로 까서 '오도리회'로 먹고 싶고,
아직 한여름 무더위도 안 찾아온 시기에
벌써부터 제철 대하 주문이 기다려져서
날이 빨리 추워지길 바라 본 날이었다
한 때는 모두 모여 3kg씩은 시켜 먹곤 했는데
이제는 각자가 바쁘단 핑계로
부모님 댁 1kg, 형제자매 1kg, 내가 먹을 1kg...
따로따로 주문하기도 했던 게
다 함께 도란도란 둘러앉아 나눠먹던 그 시절도 그립고,
여유가 없어 충남 태안 쪽까지 내려갈 일도 잘 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있는 제철 해산물을 원 없이 먹으려면 일단
부지런히 통장 잔고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 자연산 알배기 암대하 식후감 +대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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